3월은 미국 대학 농구의 달이다. 소위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고 해서 한달간 대학 농구의 최고를 가린다. 사실 나는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이 다녔던 미국 대학이 대학 농구 최고 팀의 하나여서 매년 옆에서 엿들은 정도였는데 올해는 큰 애 때문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봄방학이라 큰 애가 집을 방문한 다음날인 12일에 대학 남자농구 아이비리그 결승전이 있었던 모양이다. NCAA 토너먼트 64강 본선 진출권을 놓고 하버드와 프린스턴이 결승전을 벌였단다.
하버드도 40여년만에 NCAA 토너먼트 본선 진출을 노렸고 프린스턴도 몇년 만에 본선행을 놓고 대격돌을 벌였는데 결국 1점차로 프린스턴이 극전인 역전승을 거뒀단다. 집에서 TV로 보던 큰 애가 흥분해서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경기가 열린 예일대까지 가서 응원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듯, TV에 응원하는 학교 친구들 모습이 보여서 부러웠단다. TV 중계자가 하버드와 프린스턴 응원석 중간에 빈자리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양 대학의 과열 응원으로 몸싸움이 발생할까 우려해서라는 설명까지 있었다는 말에 내가 대학 다닐 때의 ‘고연전’ 열기마저 상기하게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매년 입학 지원자 중 일부에게 미리 ‘likely letter’를 보내 운동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려고 애를 쓰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점이기도 했다.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들보다 늦게 세워진 서부의 스탠포드가 성공적으로 엘리트 대학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순수 인문학보다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실용학문에 중점을 둔 것과 함께 대학 스포츠에 투자해서 쌓은 명성이 한 몫 했다. 듀크나 노틀담도 학구적인 명성과 함께 운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대학이다. 명문대 입학 지원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likely letter’는 운동 선수 선발에만 그치지 않고 학문적으로 뛰어난 우수한 학생들을 미리 확보하려는 분주한 움직임의 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뉴욕 타임즈는 유펜의 입학처장 Eric Furda의 ‘A special message for you’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와 함께 유펜은 올해 정확한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지난해의 200명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에게 ‘likely letter’를 보냈다는 기사를 실었다. 유펜 대학신문 ‘데일리 펜실베니아’에서는 하버드대 ‘크림슨’에 나온 William Fitzsimmons의 “하버드는 올해 300통의 likely letter를 보낼 것”이라는 언급을 인용했다. 비공식적인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예일대는 120명의 지원자에게, 스탠포드대는 지원자의 1%에 해당하는 300명에게, 다트머스는 400-500명에게 ‘likely letter’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린스턴 대학과 콜럼비아 대학도 ‘likely letter’를 보낸 것은 확실하나 그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Harvard Political Review에 따르면 하버드가 ‘likely letter’를 보낸 300여명의 지원자 중 100-200명이 예술, 문학, 수학, 과학, 리서치 분야에 뛰어난 학생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년전 대학에 지원했던 큰 애도 다트머스와 에머스트 대학 등에서 ‘likely letter’를 받은 덕분에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 통지를 기다리는 동안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다. 사실 이들 대학에서 ‘likely letter’를 받기 전까지는 아이와 내가 대입 지원에서 저지른 실수에 대한 불안감과 억울함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큰 애는 텍사스대 어스틴 캠퍼스 지원 날짜를 놓쳐 지원조차 못했고, 엄마인 나는 몇몇 대학들에 보내야 할 재정지원서 마감을 넘기거나 지원서에 첨부해야 하는 음악 연주 CD를 제대로 된 봉투에 넣지 않고 보내는 등의 실수를 저질러 큰 애 대입지원에 손해를 끼쳐 남모르게 속을 태우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받은 합격 통보나 마찬가지인 ‘likely letter’들을 받았으니 반가웠고, 이어 발표될 아이비리그 대학 ‘빅 3’ 합격 가능성을 점칠 수도 있었다. 큰 애 친구도 당시 라이스 대학에서 ‘likely letter’를 받았는데 이어 MIT에 합격됐다. 이처럼 이 시기의 ‘likely letter’는 지원 학생들에게 선물이고 또 자신감을 준다. 올해 한인 대입 지원자 중에도 ‘likely letter’로 한숨 돌리고 평안한 가운데 기다릴 수 있는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매년 칼텍과 MIT에 지원서를 낸 시니어들은 3월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들보다 먼저 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 MIT 합격자 발표가 있던 3월 14일에 내 학생 중 하나인 시니어 학생에게 문자를 넣었더니 MIT에는 지원하지 않았다고 대답이 왔다. 대신 큰 애 고교 후배 인도계 학생이 칼텍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큰 애도 그랬지만 주변에서 예상 외로 아이비리그 탑 대학들에 지원하면서도 MIT에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걸 본다. 이유는 여학생이거나 수학이나 과학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들 때문에 아예 지원을 포기한 것일 수 있다.
MIT와 칼텍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이 대학들이 후원하는 섬머 캠프에 참여하는 것이 인텔 사이언스나 수학 경시대회 USAMO, 과학 리서치 팀에 합류하는 것보다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이 두 대학과 관련된 섬머 캠프는 RSI, MITES, WTP, SSP과학 캠프가 있다. RSI, MITES, WTP 프로그램은 MIT에서 열리고 SSP는 New Mexico Institute of Mining and Technology와 Westmont College에서 열린다.
특히 수학과 과학의 고급이론과 리서치 연구 활동을 병행하는 RSI(Research Science Institution)는 전국에서 80명을 선발해 6주 동안 주최측 전액 부담으로 MIT에서 열린다. 이 섬머 프로그램 지원 자격은 PSAT에서 수학 75점 이상, 영어와 수학 합계 점수가 220점 이상인 학생에게만 주어진다. MIT와 칼텍에 지원하고 싶은 학생은 미리부터 SAT 공부도 해둬 11학년 PSAT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그만큼 유리하게 지원을 할 수 있다.
명문대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각 대학들이 어떤 학생들을 선호하는 지를 파악한다면 좀더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가령 어떤 대학은 고교 순위(Class Rank)를 합격 결정 요소 중 가장 중요하게 보지만 어떤 대학은 성적(GPA)만 좋으면 순위는 크게 보지 않는다. 많은 사립학교와 경쟁이 심한 공립학교들이 Class Rank 제도를 쓰지 않고 GPA만 명시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유별나게 합격자들의 내신 성적이 높은 대학이 있고, SAT 성적이 높은 경우가 있는 것도 대학들의 입학자 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매년 대학 순위가 엇비슷한 브라운과 코넬을 비교해보면, SAT 성적보다 학교 내신 성적이 눈에 띄게 좋다면 브라운 합격률이 더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 ’빅 3’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과외 활동 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승부를 건다면 프린스턴 합격이 예일이나 하버드 합격보다 낙관적일 것이다. 반대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지원자라면 하버드 합격률이 예일이나 프린스턴보다 높을 것이다.
텍사스 내 대학에서도 각 대학별 특성이 있으니 이를 잘 파악해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제 3월 말이 되면 여러 대학들로부터의 합격 통지서를 들고 최종 대학 선택을 고민하게 될 학생과 부모들도 대학별 특성과 희망 전공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