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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o_fan

도움닫기 판
DATE 12-05-11 08:40
글쓴이 : 윤소영      
중학교 체육 시간, 다양한 운동 중 몸치 슬초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뜀틀’이다.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라,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못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뜀틀 높이가 허리까지만 올라와도 뛰어 내려오다가 엉덩이를 찧어 멍이 들어오기 일쑤였던 슬초맘, 한 번은 뛰어넘으면서 엉덩방아를 하도 세게 찧어 뜀틀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무너진 뜀틀 도구 속에서 친구들에게 ‘구조’가 되어야 했던 낯 뜨거운 기억까지 있다.
문제는 그 사건 이후론 뜀틀 높이가 가슴까지만 올라오면, 가슴이 쿵쿵 뛰고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이 눈 질끈 감고 열심히 달려오다가도 뜀틀 바로 앞에서 헉ÿ 하고 멈춰 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키가 작은 편도 아닌데 유독 뜀틀 앞에만 서면 얼어버리던 중학생 슬초맘에게, 당시 체육 교생 선생님께서 한 가지 팁을 알려주셨다.
그것은 바로 뜀틀 바로 앞에 놓은 납작한 도움닫기 판을 잘 활용하라는 것. 제아무리 빨리 달려와도 도움닫기 판에서 발을 제대로 굴러 그 속도와 힘을 증폭시키고 정확한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높이 뛸 수 없다고 하시며, 뜀틀을 뛰어넘으려는 욕심보다는 도움닫기 판에서 발을 잘 구르는 것에 더 중점을 두라고 꼼꼼히 가르쳐주셨다.
저 납작한 판이 뭐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싶었으나, 믿으나 믿지 않으나 손해 볼 것이 없던 슬초맘. 한 번 믿어 보기로 하였다.
눈앞의 높은 뜀틀을 보지 말고, 저 납작한 도움닫기 판으로 달려가 온 힘을 걸고 몸을 날려! 결과는… 결과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뜀틀을 그렇게 쉽게 뛰어넘을 수 있게 될 줄이야!
이때의 교훈과 그 납작한 도움닫기 판의 이미지는 그 뒤로 슬초맘의 삶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우리는 도무지 넘을 수 없을 거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했던 수많은 장벽 앞에서 “하나님 저 녀석 좀 치워주세요!” 하는 기도의 응답은, 벽을 무너뜨려 주는 것이 아닌 납작한 도움닫기 판들이었다.
다 뛰어넘고 나서 돌아봐도, ‘아니… 내가 이렇게 높은 벽들을 어떻게 넘었지…?’ 싶을 만큼 높은 장벽들이었는데.
또한, 한 사람의 배우자로, 한 아이의 엄마로, 형제와 자매로, 그리고 이웃으로 살아가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도 바로 이 도움닫기 판이었다.
이 벽은 높으니까, 이 벽 저 너머는 위험하니까 넘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가로막는 부모와 배우자이기 전에, 먼저 올바른 결정에 이르도록 함께 방향을 잡고, 어렵게 한 결정이라면 그 결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더해주는 그런 부모와 배우자가 되자…. 라는 수도 없는 결심들.
슬초의 예전 주일 학교 여선생님이, 잠시 대학에서의 학업을 중단하고 베트남 아이들을 위한 일 년 간의 선교를 떠난다고 한다.
이를 함께 후원하겠다고 한 푼 두 푼 모으고 있는 슬초. 매의 눈으로 바라보다 호떡이 두부가 똥 싸는 순간마다 쌩~하니 달려가 냉큼 치우고 엄마에게서 25전을 받아가던 우슬초. 이제 저금통의 무게가 제법 무거워졌다.
이달 말 저금통 털어 후원금 보낼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은 슬초, 그간 수의사가 되고 싶다던 녀석이 저녁을 먹으며 이제 꿈이 바뀌었다고 말을 한다.
특수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왜ÿ?” 라는 질문에, 방학 때마다 자기도 어려운 나라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단다.
그리고 그냥 선생님보다는 도움이 더 필요한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란다.
이제 슬슬 저 넓은 세상을 향한 비상을 위해, 혼자서 날갯죽지를 이리저리 펼쳐 보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슬초. 뒤늦게 자신이 날아야 할 창공을 발견하고 이제 두 날개를 활짝 펼쳐 보는 슬초빠. 자신이 새였는지도 모르고 땅에서만 기어 다니다, 이제서야 숨겨져 있던 두 날개를 발견해 스스로 신기해하고 있는 슬초 이모….
어쩌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탄탄한 도움닫기 판이 아닐까? 잠시 엎드려 땅의 먼지를 마셔야 하고, 잠시 등이 아파야 할지라도, 그리고 언젠가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이들의 뒷모습에 가슴이 시려야 할지라도, 그것이 도움닫기 판의 존재 목적일 테니까.
푹신한 발판을 딛고, 저녁 설거지를 하며… 슬초맘은 오늘도 그녀만의 개똥철학을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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