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놀란 것 중 하나는 핸드폰 사용자가 셀 수 없이 많더라는 것이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느라 지하철을 탔는데 초등학생에서 노인까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 키패드를 누르고 있는 광경을 보면서 달라진 문화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모두들 너무 익숙한데 나만 익숙지 않은 것 같은 느낌과 내가 너무 멀리 떠나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알 수 없는 소외감 마저 들었다. 친구를 만나고 있는 중간에도 자녀들로부터 계속 문자가 날아왔다.
“엄마 올 때 우유 사와”, “알았어”, “언제 와”, “곧 갈게, 공부하고 있어…” 문자가 올 때마다 일일이 답해주는 친구들도 대단하고 통화하는 것보다 문자 보내는 횟수가 많은 것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일상화 되었는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면 왜 방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정신이 사나워서 대화에 몰입이 안 되더구먼… 흠! 언니 집에 몇 일 있다보니 거기도 사정이 다르진 않았다.
대학생인 조카들도 어찌나 공사가 다망하신지 거짓말 조금 보태 5분 간격으로 문자가 오는 것 같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상 밑에서 손가락이 안 보이도록 문자를 눌러대는 것을 보면서 젊은이들의 핸드폰 사랑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싶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핸드폰의 버튼을 눌러 문자를 보내던 ‘엄지족’이 대세였다. 그러나 터치스크린 폰이 보급되면서부터 검지 하나로 모든 기능을 이용한다고 해서 ‘검지족’, 스크린을 펜으로 콕콕 누른다 해서 ‘펜족’,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해서 ‘스마트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조어를 탄생시키는 핸드폰은 기술의 발달로 그 기능이 날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기 때문에, 새 것도 몇 달 지나면 뒤로 밀려 뒷방 후궁 신세가 되고 마는 것이다. 다음에는 무슨 족이 나올지 기대 되는 바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정보사회를 너머 유비쿼터스(Ubiquitous), 스마트(Smart), 소셜 네트워크(SNS, Social Network Service) 사회로 진입하면서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든 소통이 가능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사이버 공간 안에서 새롭게 형성된 또 다른 사회의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가며 살고 있다.
요즘 달라스에도 검지족이 많아졌다. 나와 가깝게 지내는 아줌마들도 ‘카카오 톡’의 매력에 흠뻑 빠져 스마트족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은 깜빡해도 핸드폰 배터리 충전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다른 걸 두고 나왔다면 모를까 핸드폰을 두고 나왔다면 바로 운전대를 돌려 집으로 간다”, “핸드폰이 없으면 패닉상태가 된다”,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은 반드시 챙겨간다”는 게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핸드폰 사랑 혹은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우리에게 핸드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중한 물건 그 이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나는 아날로그 세대다. 그래서 구식이 좋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구식을 고집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디지털 문명을 거부하고는 살 수 없기에 나름 컴맹탈출을 위해 발악도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있으니, ‘신세대’는 못 되도 아주 ‘쉰세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과 기다림, 느림의 미학이 늘 그립다.
요즘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냐는 원성을 많이 듣는다. 그건 고장난 핸드폰을 3개월 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거는 건 잘 되는데 상대방으로부터 오는 전화는 시쳇말로 씹는다.
그러다가도 맘 내키면 한 번씩 벨을 울려주니 죽을 병은 아닌지라 그냥 쓰고 있는데, 그렇게 지내다보니 핸드폰과의 단절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사실 핸드폰같이 구속력이 강한 족쇄가 또 어디 있을까? 한 번쯤은 예고 없이 펑펑 터지는 전화벨 소리에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술집에 앉아서 초상집 핑계를 대던 남편들은 그 구속력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맡아 하다보니 핸드폰 없이는 불편해서 조만간 나도 검지족 대열에 끼긴 하겠지만 모처럼 누리는 여유로움과 자유가 너무 좋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예약 없이 태어나는 아기들로 24시간 핸드폰을 켜놓고 대기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나, 특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쉬는 날 하루쯤 핸드폰을 꺼보자. 내가 아니더라도 해는 뜨고 세상 일은 돌아가기 마련이다. 핸드폰을 끄면, 바쁘게 달리느라 버려둔 자신과 아날로그가 주던 여유로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