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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반듯한 2인자 필 미클슨
DATE 09-06-25 20:04
글쓴이 : 김홍식      
학교를 다닐 때 이상하게 미움을 받는 친구들이 있다. 공부도 상위권, 운동도 남들 못지 않게 하고 외모도 떨어지지 않는데 이상하게 대다수 급우들이 싫어하는 아이들 말이다.
그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너무 반듯하다는 점이다. 항상 옳은 말만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가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남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불편한 진실도 서슴없이 말하는 아이들이다. 
굳이 ‘왕따’라고 표현할 것까지야 없지만 스포츠계에도 그런 선수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선수가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전 보스턴 레드삭스 투수 커트 실링이다.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자신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반드시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2004년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발 근육이 파열돼 결코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응급 조치를 하고 등판해 결국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그의 투혼은 ‘블러디삭스’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스포츠 팬들을 감동시켰다. 카메라가 자신의 발을 집중 조명할 것을 의식한 그는 ‘루 게릭씨 병’으로 알려진 희귀근육병을 이겨내자는 문구를 신발에 적어 넣기도 했다.
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운동선수로는 가장 적극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라크 침공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일반 시민들의 애국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이런 그의 행동은 팀 동료들로부터는 조롱거리였다.
한 잡지사가 동료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실링은 가장 가식적인 선수로 꼽힌 적도 있다. 심지어는 2004년 ‘블러디삭스’ 투혼 때 양말 밖으로 새어나온 피가 진짜 피가 아니라 가짜 잉크였다는 주장을 한 선수도 있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실링은 만약 누군가 그 때 양말에 묻은 피가 가짜라는 점을 증명한다면 수백만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누구도 그를 입증하겠다고 나서지는 못했다. 그는 소리 소문 없이 올해 자비로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참전 용사들을 위로하며 자신의 이라크 침공 지지 선언이 단순히 인기를 의식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프로골프계에서는 필 미클슨이 그런 부류다.
준수한 외모에 타이거 우즈 못지 않는 실력. 비록 우즈만큼 많은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우즈의 독주를 막은 유일한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 역시 반듯하기로 소문난 선수다. 가정적이고 늘 옳은 말, 옳은 행동을 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모두가 황제로 떠받드는 우즈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한 PGA 투어 대회에서 본격적인 1라운드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딩을 할 때 우즈가 지나치게 시간을 끌자 뒤에서 기다리던 미클슨이 우즈가 페어웨이에 있는 상황에서 드라이빙샷을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감히 누구도 우즈의 연습을 방해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미클슨은 우즈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해 그도 많은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는 사실을 드라이빙샷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러나 미클슨 역시 동료 선수들로부터는 많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링과 미클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늘 최정상의 근거리에 있지만 단 한 번도 “내가 왕이요”라고 외쳐보질 못한 것이다.
실링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활약했지만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받은 적이 없이 2위만 세 번했을 뿐이다.
미클슨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부터 PGA 투어를 주름잡을 선수로 꼽혔지만 단 한 번도 최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매스터스에서 우승을 했지만 언제나 우즈의 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22일 끝난 US오픈에서도 미클슨은 막판 짧은 퍼팅을 놓치며 2위에 그쳤다. US 오픈 2위만 무려 다섯 번으로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US 오픈에서 준우승 네 번을 한 선수는 잭 니클로스, 아놀프 파머, 샘 스니드, 로버트 T. 존스다. 한 번쯤 남들처럼 욕설도 하고 클럽을 집어 던지며 감정을 폭발시킬만도 했지만 끝까지 그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라운딩을 마쳤다.
미클슨은 사실 대회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내가 최근에 유방암에 걸린 것으로 진단받았고 그 때문에 앞선 몇 개 대회를 불참해야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할 때 그의 아내는 “우승 트로피를 집으로 가져오라”는 카드를 전하며 대회에 전념할 것을 당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미클슨은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내게는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아내와 함께 해야 할 암 투병이었다. 
가끔씩은 주연보다 조연이 더 빛나는 영화가 있다. 이번 US 오픈을 영화라고 하면 미클슨은 1위보다 더욱 빛나는 2위였다.
평소 미클슨의 너무도 당당하고 잘난 모습에 호감을 갖지는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게시물은 어드민님에 의해 2012-01-22 23:11:28 에세이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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