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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명예의 전당 후보라고?
DATE 12-06-07 14:10
글쓴이 : 김홍식      
박찬호가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당시 한국은 그야말로 박찬호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단군이래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고 모든 언론사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보도할 때다.
특히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스포츠 신문사들은 박찬호 보도에 마치 신문사의 사활이 걸린듯 많은 돈을 들여가며 사진기자와 취재 기자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그때 한국에 있던 ‘스포츠 세상’의 눈길을 모은 건 팬들이 박찬호의 이름인 ‘PARK’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은 박찬호의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스프링트레이닝을 하는 플로리다에서 파견된 사진 기자가 시범 경기를 취재하며 경기장 안팎을 스케치한 여러 사진 가운데 한 장이었다. 
미국에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박찬호가 속한 LA 다저스의 연고지도 아닌 플로리다 지역의 팬들이 벌써부터 그의 이름이 적인 피켓을 들고 박찬호를 응원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당시로선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동양선수라는 점 때문에 박찬호의 현지 인기가 대단하구나”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스포츠 세상’도 미국 파견 근무 발령을 받아 본격적으로 박찬호를 취재하게 됐고 난생 처음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의 스프링트레이닝을 눈으로 보게 됐다. 납득하기 힘들었던 사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것도 그 때 미국에 온 뒤 처음으로 스프링트레이닝을 취재하러 갔을 때였다.
과연 시범 경기가 열리자 박찬호가 가는 곳마다 문제의 그 피켓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플로리다 주민들이 경기장 밖에서 ‘PARK’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그 사람들이 박찬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플로리다의 스프링트레이닝에는 관광객들과 팬들이 몰린다. 시범 경기가 벌어지면 일부 구장에는 주차장 시설이 부족해 주차난을 겪고 동네 주민들은 이 때를 놓칠세라 자신의 집 앞이나 빈 공간에 간이 유료 주차장을 만들어놓고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즉 그들이 들고 있는 ‘PARK’이라는 피켓은 박찬호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주차 손님들을 유인하려는 호객 도구였던 것이다.
함께 취재를 하던 다른 신문사 기자들과 허탈해 하며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정규 시즌이 시작된 뒤 박찬호의 경기 취재를 위해 미국은 많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렌터카나 숙박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도 팀을 이뤄 돌아다녔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길 이름 가운데 하나가 또 ‘PARK WAY’나 ‘PARK AVE’라는 점도 알게 됐다. 그런 길 이름을 볼 때마다 한국 기자들은 “여기에도 박찬호를 기리는 길 이름이 있으니 내일 기사를 써서 보내자”고 자학적인 농담을 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갑자기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난 것은 최근 한국 인터넷 언론에 대서특필된 ‘박찬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다’라는 기사 때문이다. 제목만 보면 마치 박찬호가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추신수 은퇴’라는 기사와 다를 것이 없는 엉터리 기사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선수로 뛰고 은퇴한 지 5년이 지나면 그 선수는 자동적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르게 된다. 어떤 위원회나 관계 단체가 박찬호를 후보로 따로 선정한 것이 아니다. 박찬호는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지는 순간 자동적으로 5년 뒤에는 후보에 오르게 돼 있었으니 ‘추신수 은퇴’라는 제목을 달고 “언젠가는”이라는 부연설명을 한 것과 다름없는 기사다. 
기사를 처음으로 쓴 기자나 이를 받아 적은 한국의 많은 언론사 기자들 역시 박찬호가 진짜로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이 기사가 화제가 된 건 역시 제목과 클릭 수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동양인 사상 최다승을 거둔 박찬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박찬호 명예의 전당 운운한 최근 기사들은 오래 전 주차장 호객 행위가 박찬호 응원으로 둔갑해 한국 언론에 알려진 해프닝을 떠오르게 해 절로 낯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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