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텍사스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을 3일 앞둔 한인 학생들이 힘든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기쁨을 자축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만의 축제’를 벌일 마땅한 장소가 없었던 아이들이지만 그간의 힘들었던 고등학교과정을 털어내며 홀가분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졸업기념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순수한 아이들이 그려내고자 했던 졸업의 기쁨은 그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큰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아직 21세가 되지 않은 10대 학생들은 어른들처럼 축하주를 마셨고 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미 허가 받은 대학입학도 핑크 빛일 것 같은 미래도 불투명해진 이들은 모두 명문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들이었기에 사고의 당사자인 아이들이나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소식을 접한 북텍사스 지역의 한인 학부모들이 받은 충격 또한 컸다.
2006년 북텍사스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물리학을 강의한 Joshua Wahrmund 씨는 명문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전한다.
“학생들은 모두 우수하다. 그러나 간혹 아이들에게는 자유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교과과정이 짜여진 곳도 있어 많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Joshua 씨는 2006년 북텍사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했던 사건을 회고하며 “2006년 당시 성적향상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기말고사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학교 교사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기는 했으나 그간 쌓아온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없다고 결론짓고 학교의 교과지침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느끼는 해방감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고등학생들의 음주사태 역시 해방감에서 온 실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해방감을 만끽하기 위해 음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음주에 노출돼 있는 것도 사실이며 마땅히 즐길만한 놀이 문화도 많지 않다는 것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방만한 음주문화에 방치된 청소년

취재 중에 만난 청소년들은 음주에 대해 상당히 ‘관대’했다. 21세가 안된 한인 2세들과 한인 유학생들은 “아직 미성년이지만 술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3학년에 술을 구입한 적이 있다는 한인2세 A군은 “아는 형의 학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빌린다”며 “미국사람들이 동양사람의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A군은 또 “술을 구입하기 위해 아이디를 빌리는 것 정도는 흔한 방법”이라며 “많은 아시안 학생들이 이 수법을 쓰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또 A군은 “부모님들은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곳은 가끔 숨막힐 때가 있다”고 말한다. “답답하거나 힘들때 친구들과 어울리며 함께 맥주를 마시고는 했는데 그런 자리가 내게 위안이 된 게 사실이다”며 “친구들과 1년에 한두번 정도 마시는 술이 많이 나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A군은 이어 “미국 친구들은 아버지와 함께 섹스에 대해 얘기하고, 술과 마약에 대해 토론도 한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보다는 미국아이들 정서에 더 가까운데 부모님들은 내게 아직도 한국적 정서를 강요한다”며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2세 B양은 “놀거리가 마땅하지 않은데 친구들이 파티라도 열게 되면 가끔 맥주를 마실 때도 있다. 처음 술을 접하는 경우에 오는 두려움이 별 것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후부터는 음주가 어렵지 않은 것 같았다”며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한인 학생 C양은 “아직까지 술을 접해보지는 못했지만, 파티에서 친구들이 술을 권한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 것 같다”며 술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학에 다니는 한인 D양은 한국나이로는 21세지만 엄밀히 따지면 19세다. 술집에 갈 수 있는 나이가 아니지만 달라스의 한인타운에 위치한 술집에 자유롭게 드나든다.
비단 달라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욕의 한인타운에서는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하는 한인 1세대 업주들의 추태가 사회문화로 이슈화 된 바 있다.
뉴욕 한 식당의 경우 학생들이 오면 그들만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지하실로 내려 보내가 발각된 적이 있고, 맨해튼의 술집은 단속이 덜하고 손님이 적은 주중에는 거의 무제한으로 한인 미성년자들을 입장시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성인들의 음주문화가 청소년들에게 노출된 것에 대해 청소년들을 질책할 것이 아니다. 어른들이 자신의 모습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한인 어른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들에게까지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
새벽 2시가 넘어서면 달라스 한인타운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이 21세가 넘었는지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술을 마실 수 있는 합법적인 나이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밤이 위험스러워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만취한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는 일도 허다하고 사소한 시비다툼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지난 달 한인타운에서는 술을 마신 유학생과 한인 2세 몇 명이 취기가 오르자 더욱 신나는 흥을 찾아 오클라호마로 향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인 K씨는 “아는 얼굴이 있어 운전을 말렸는데 이미 아이들이 취해있었다”고 회고했다.
아이들은 음주운전을 말리는 K씨의 만류에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차량에 탑승하고 K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혀를 차며 쓴 소리를 하기에 앞서 내 자식과 같은 아이들이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이 더 컸다는 K씨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후 “내 딸도 저러고 다니지는 않을 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한인부모, 소통의 부재 심각하다
“부모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다가 아니다”고 말하는 E군은 학교에서, 교회에서, 집안에서도 착한 심성을 지닌 모범생이다. 그러나 주변의 누구도 자신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아 우울해진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파티에서 “딱 한번 마셔본 맥주”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렸고,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자신, 거짓말을 한 자신에 대해 질책도 했다. 왜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지 않느냐는 물음에 “혼날 것이 분명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해방구를 찾고 싶다는 이 학생처럼 우리의 청소년들도 출구를 찾아 해맬 때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해방구 찾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바로 잡아줘야 하는 이들이 바로 기성세대들이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것이다. 인터뷰에서 A군이 말한 것처럼 한인 청소년들은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에서 살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한인 부모들은 ‘나쁜 친구를 사귀지 마라’는 것을 기본으로 ‘공부 잘해서 명문대학에 가기’를 원하고 ‘이민 와서 고생하는 이유가 다 너희들 때문이다’며 어깨를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취재 도중 만난 한인 청소년들은 ‘자식 때문에 이민 와서 고생한다’는 말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물론 한인학생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 시기에 겪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힘든 이민생활에 지친 부모들과 자녀들의 소통의 부재다.
부모들이 자녀의 음주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녀들이 음주상황에 노출될 수 있음을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올바른 음주문화를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대화보다는 ‘윽박지르기’가 앞서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미국인 학생 래리 쿠퍼 군은 “파티에 갈 때 운전을 하고 갔다. 그때 부모님은 내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술을 먹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내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 그게 더 나쁜 일이다라며 만약 술을 먹게 되는 상황에 빠지더라도 절대로 운전을 하지 마라. 내가 데리러 가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쿠퍼군은 “부모님의 이런 반응때문에 오히려 술을 마실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믿어주고 내게 선택권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부모님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쿠퍼 군은 또 다른 일화를 제시했다. 같은 반 친구 중에 아시안 친구들이 몇 명 있지만 부모님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여자친구가 있어도 말하지 않을 때고 있고 칭찬받지 못할 일들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퍼 군은 왜 대화를 하지 않는지 물었지만 몇 명의 아시안 친구들은 그저 “혼나고 싶지 않다”든가 “듣지 않을 것”이거나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사회에서 한인사회는 간혹 미국인처럼 행동하지만 그 안에는 한국인의 보수적 정서와 권위적 환경이 남아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의 근간인 ‘가정’에서 자녀와 부모간의 소통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온 레이첼 김(Rachel Kim)양은 미국에서의 학창시절에 대해 “심심하다”고 표현한다.
김 양은 “한국은 친구들과 쇼핑하기도 하고, 친구의 생일에는 게임 방이나 오락실에 잠깐 갈 수도 있고 노래방에 갈 수도 있는데 이곳에서는 학교나 다른 학교 외 활동을 빼고는 놀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어 김 양은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은 미국이 훨씬 좋지만 친구들과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며 “대부분 미국친구들은 몰에 가서 쇼핑하거나 아니면 몇 명의 친구들은 클럽을 가는 게 전부”라며 미국에서의 청소년 문화생활을 말했다.
“많은 한국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악기도 하나쯤은 해야 하고 SAT학원도 다녀야 하는 등 바쁜 일정 속에 산다. 우리도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나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여가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이첼 김 양은 오히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 ‘문화활동’ 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인 청소년들은 영화를 보러 가더라도 차를 갖고 있지 않으면 갈 수 없고, 바쁜 부모님들에게 라이드를 부탁할 수도 없다. 결국엔 집안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다른 취미를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또래집단에서 배우고 터득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성을 자칫 음주문화 또는 인터넷을 통해 배우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결국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뒷받침해 줄만한 것이 부족할 때는 다른 것을 찾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부족함을 채우고자 하는 아이들은 세상으로부터 받는 수많은 유혹들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해 반듯한 생각과 개념을 지닌 성인으로 인도해줘야 하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기 보다는 정확히 알고 대화하며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세상의 유혹들의 얼마나 많은 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역할일게다.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한 청소년 음주
청소년 음주는 미국이나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이색적인 청소년 음주연구결과가 나왔다. 용돈이 많은 청소년들이 음주로 인한 문제를 가질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리버풀 대학 벨리스 박사 팀이 15-16 세 연령의 10,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 나타난 사실로 용돈이 많은 청소년들일 수록 자주 음주 및 폭주를 하고 거리 등의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참여 청소년의 약 88%가 한 번 쯤은 술을 마시려고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특히 돈을 많이 가진 10대 일수록 술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어 음주를 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10대 청소년 중 33% 가량이 자신 스스로 술을 샀다고 대답한 가운데 이 같이 직접 술을 산 청소년들이 다른 청소년들에 비해 거리 등의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경향이 6배 이상 높았으며 자주 술을 마시는 경향과 폭주를 하는 경향이 각각 3배,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는 등의 가정에서 부모와 같이 술을 마시는 아이들이 폭주 및 다른 위험한 행태의 음주를 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부모들이 청소년들이 용돈을 어떻게 쓰는 지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는 '연령 조항 재검토 위원회'를 설치, 연령 조항을 둔 100여 개의 법률을 모두 개정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일단 국민투표법에 맞춰 선거권도 낮추기 위해 공직선거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또 성년은 '만 20세부터'라고 규정한 민법 4조도 '만 18세'로 바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세 미만의 음주 및 흡연을 규제한 미성년자 음주금지법, 미성년자 흡연금지법과 관련, 청소년들의 비행을 막고 건강을 위해 음주·흡연 연령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나눴다.
따라서 18세를 성년으로 인정, 투표권이나 선거권을 줄 수는 있어도 음주·흡연은 20세까지 법적으로 막겠다는 의도이다. 후생 노동성 측은 음주 역시 건강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이다.
청소년의 음주문화는 청소년 발육과 정서 그리고 공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소년 본인만 아니라 기성세대의 개인적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무조건 안된다고 강조하기 보다는 설득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